복수노조는 꼭 필요한 것인가? 한 나라에 하나의 정당만 존재한다면 민의를 제대로 대변할 수 없듯이 하나의 회사에 하나의 노동조합만 존재한다면 조합원의 신임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거나 어용화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복수노조는 노동조합의 민주성을 확보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라 할 수 있다.
기실 우리나라에서 복수노조가 허용된 것은 1997년부터이다. 민주노총이 합법화된 것도 그때 이후이다. 그런데 그때 기업단위에 한해서는 2002년으로 복수노조 허용 시기를 늦췄다. 기업별노조가 대부분인 현실에서 아무런 대책 없이 기업단위까지 복수노조를 허용할 경우 단체교섭상의 혼란, 노조간 갈등 등의 문제가 예상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등을 강구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렇게 해서 2002년부터 허용키로 한 기업단위 복수노조는 이후 2007년, 2010년으로 시행시기가 계속 늦춰지게 된다. 이는 복수노조를 두려워한 경영계와 노조 전임자 급여지원 금지를 반대한 노동계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결과물이라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당시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급여지원 금지는 시행시기가 맞물려 있었다). 이와 같이 계속 미뤄져 온 기업단위 복수노조는 결국 현 정부 들어 2011.7.1.부터 시행키로 확정되었다.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지원이 2010.7.1.부터 금지된 것에 비하면 일단 경영계가 승리한 셈이다.
어찌되었든 올해 7월부터는 기업단위까지 복수노조가 전면 허용된다. 따라서 이미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의 경우에는 추가적으로 노동조합이 들어설 가능성이 있으며, 무노조 사업장에서도 그러한 바람을 타고 노동조합 조직화가 예상된다. 무노조 경영을 표방하고 있는 삼성에도 노동조합이 만들어질지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 중의 하나다.
그런데 다수의 노동조합이 각각 교섭을 요구한다면 사용자로서는 1년 내내 단체교섭에만 매달려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복수노조가 허용되더라도 아무 노동조합이나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다수의 노동조합이 교섭창구를 단일화해야만 한다. 법에서는 그 순서를 마련하고 있는데, 우선 노동조합끼리 자율적으로 단일화를 해보고 되지 않으면 근로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노동조합이 교섭권을 갖게 된다. 과반수 대표 노조가 없으면 공동으로 교섭대표단을 꾸려야 한다.
이와 같이 2007.7.1.이후에야 복수노조가 허용되며, 복수노조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사용자는 하나의 교섭파트너만 상대하면 되기 때문에 복수의 노조와 따로 교섭해야 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미 기업단위에서 복수의 조노가 존재하는 것과 똑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으며, 오히려 복수의 노조와 교섭을 해야 하는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되고 있다.
꼭 회사 내에서 노동조합을 만들어야만 조합활동이나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산별노조에 가입하더라도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산별노조는 동일한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뭉친 노동조합을 말한다). 산별노조에 가입하게 되면 산별노조에서 가입한 근로자들이 소속된 회사와 교섭을 하게 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기업단위 복수노조 금지규정을 회피하기 위해 이와 같이 산별노조에 가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대개 이미 노동조합이 존재하기는 하나 맘에 안드는 경우 이와 같은 시도가 이루어진다.
해서 결국 하나의 회사내에 복수의 노조가 존재하는 것과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는데, 문제는 거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산별노조와 별개의 교섭을 해야 하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이는 회사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다. 왜냐하면 2011.7.1.이후에야 복수노조가 허용되며, 그 경우에도 교섭창구를 단일화해서 교섭을 요구하는 경우가 아니면 교섭을 거부할 수 있는데, 오히려 공식적으로 복수노조가 허용되기도 전에 복수의 노조와 각각 교섭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운수업체를 중심으로 이와 같은 불합리한 문제가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데도 법원에서는 이와 같은 현상을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는 느낌이다. 산별노조와 교섭을 거부하는 회사에 대해 단체교섭 거부에 따른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다.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도 보장이 되어야 하지만 복수의 노조와 교섭을 해야 하는 회사의 입장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특히나 2011.7.1.이후에는 교섭창구를 단일화해야만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전에 복수의 교섭파트너를 상대하라고 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는 생각이 든다. 법원의 입장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면 회사에서도 일부 근로자들이 산별노조에 가입해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근로자들 입장에서 기존 노조가 싫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또 다른 산별노조에 가입해야 할 정도라면 노무관리를 잘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굳이 또 다른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별다른 걱정 없이 회사생활을 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이와 같은 혼란을 피할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 되지 않을까?